으슥한 골목에 중고등학생 여럿이 모여 담배 피우는 장면을 보아도 요즘 어른들은 모른 체 지나가는 일이 많다. 학교 폭력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담배를 일찍 배우는 학생들의 뇌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담배 피우는 학생, 뇌 충동성이 강해
미국 버몬트 대학 연구팀은 14세 청소년 1896명의 뇌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촬영하면서 키보드를 계속 누르게 했다. 그리고 중간 중간, 키보드를 누르면 안 되는 순간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며 반응을 지켜 보았다. 키보드 누르는 동작을 잘 제어할수록 충동적 성향이 적고 자기억제 기능이 뛰어난 사람이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의 뇌에서는 일련의 차이가 나타났다.
신호에 맞춰 키보드 누르는 것을 재빨리 멈춘 학생일수록 뇌 MRI 스캔 사진이 밝은 색을 띠었다. 하지만 일부 청소년은 뇌의 색이 어두웠다. 이것은 좀 더 충동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에 참여한 버몬드 대학 로버트 휄란 연구원은 "자기억제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충동적인 성향을 띠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대학 정신의학과 휴 가라반 교수는 "이런 아이들은 흡연이나 약물,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가 더 쉽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도 이번 연구결과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이번 연구결과만으로는 뇌가 충동적인 행동을 낳는 것인지 아니면 충동적인 행동을 자주 해서 뇌가 변한 것인지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연구팀은 "어떤 쪽이든 이번 연구 결과를 잘 활용하면 청소년들의 충동적인 행동으로 일어나는 사고나 사망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 지에 실렸으며 미국 CBS 방송이 30일 보도했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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