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푸드] 분위기는 음식의 맛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장래혁의 휴먼브레인

브레인 51호
2015년 06월 14일 (일)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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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위기에 취한다

얼마 전 아내와 같이 말로만 듣던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 갔는데 진귀한 풍경이 펼쳐지더군요. 끝없이 펼쳐진 수산물 진열대와 환하게 등을 밝힌 조명, 발 디딜 틈 없이 구경하고 횟감을 고르는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 서울에 20여 년 가까이 살면서 처음 간 그곳에서의 느낌은 확실히 남달랐습니다.

우리는 ‘분위기에 취한다’라는 말을 내뱉곤 합니다. 특히 여성들은 이 ‘분위기’를 강조해서 남성들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합니다. 횟감의 상태는 똑같아도 집에서 혼자 먹을 때와 이런 수산시장에서 먹을 경우 확실히 맛이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느낌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료가 동일함에도 맛이 다름을 인지하는 이 ‘느낌feeling’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맛’이란 건 ‘미각’과 ‘후각’이라는 감각만으로 느낀다기보다 ‘뇌’가 인지하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보다 정확합니다. 아시다시피 인간의 뇌로 들어가는 정보 루트는 매우 다양하지요. 기본적인 다섯 가지 감각만 놓고 보더라도 입력의 다양성과 강도에 따라 뇌가 반응하는 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 어떤 장소에 있느냐에 따라 우리 뇌의 반응도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른바 ‘분위기’와 ‘음식’은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까요?

# 거울뉴런의 발견, 인간 뇌가 가진 공감의 특별함

‘분위기’에 따른 맛의 다름을 어느 정도 뒷받침할 수 있는 놀라운 뇌과학의 발견이 있습니다. 바로 ‘거울뉴런mirror neuron’이란 것이지요. 오래전 히트한 <다모>라는 미니시리즈의 유명한 대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를 기억하시나요? 인간은 어떻게 타인의 감정에 그렇게 강하게 반응할까요? 드라마를 보면서 과한(?) 감정이입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축구장에선 필드 위의 선수보다 실제로 뛰지 않는 관람객들이 더 열렬히 반응하기도 합니다.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의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교수 연구팀이 발견한 거울뉴런은 타인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그 행동을 할 때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신경세포를 말합니다. 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나 주위에 있는 사람의 행동을 보기만 하는데도 자신이 움직일 때와 마찬가지로 반응하는 뉴런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보거나 듣고만 있어도 동일한 반응을 하는 뉴런이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더군다나 영장류인 원숭이가 갖는 거울뉴런은 주로 운동 영역에서 발견되어 모방 차원이라 알려져 있지만, 인간 뇌에 있는 거울뉴런은 다양한 곳에 분포돼 있습니다. 반응의 정도와 다양성이 훨씬 크다는 것이지요.


*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거울뉴런(별표)은 뇌의 3곳에 분포한다. 전두엽 전운동피질 아래쪽과 두정엽 아래쪽, 측두엽, 뇌성엽 앞쪽이다. 거울뉴런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해 지각한 행동의 의미를 파악한다. (자료 제공: 네이버캐스트)

# 음식의 맛, 분위기를 활용하라

그럼, 다시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되돌아가볼까요? 밝은 불빛 아래 엄청나게 진열된 생선과 횟감들, 비슷한 반응의 소리들이 들려오는 그곳이 저와 아내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예상하실 겁니다.

직접 보지 않고 선택의 기회가 없는 횟집에 비해 횟감을 고르는 ‘선택에 따른 심리 효과’도 배가합니다. 주변에 나와 동일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가득 찬 공간, 그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분명 거울신경세포의 발현을 강화시킬 것입니다. 또한 인간 뇌의 거울뉴런 영역은 언어와 관계가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회적 존재로 성장한 인간이 다른 구성원과 소통하고 함께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공감’이란 뇌 기제라는 얘기입니다.

‘공감’이란 인간이 이성적 판단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지요. 신경과학 발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 거울뉴런을 통해 알 수 있듯 공감은 이성으로 통제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에 분명합니다. 역시 음식은 어디서, 어떤 분위기 속에서 먹느냐가 중요합니다. 남성들이 특히 귀담아 들어야 할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일부러 시간을 내어 분위기 좋은 곳에서 식사 한 번 하심이 어떨는지.

글. 장래혁 한국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www.humanbra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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