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21세기 멘탈헬스 산업

21세기 새로운 트렌드, 멘탈헬스 산업 - ①

브레인 38호
2013년 02월 27일 (수)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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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서울에서 열린 ‘2012 국민정신건강 대강연회- 멘탈헬스 시대로의 초대’에 이민화 KAIST 교수(한국벤처협회 명예회장)는 '21세기 새로운 트렌드, 멘탈헬스 산업의 미래전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최근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정신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는데 이것이 실제 생활 속에 반영되려면 산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금 이 시대가 멘탈헬스 산업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멘탈헬스 산업의 규모가 10년 사이에 2배씩 증가했다. 1980년대 2백억 달러에서 1990년대 550억 달러에 이어 2000년대에는 1천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멘탈헬스 산업의 급성장 요인의 하나는 과거 베이비붐 세대가 이제 급증하는 노년층으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베이비 붐 세대들은 성공적인 노년의 삶을 원하는 욕구가 크고, 그러한 곳에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질 않는다. 그리고 병이 들고 나서 치료를 하는 사후치료보다 예방을 통한 건강증진이 효과 면에서나 경제적인 면에서도 훨씬 뛰어나고 저렴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인식변화는 개인과 기업에 그치지 않고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이 지금까지의 의료 개념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65세 이상 노인 8명 중 1명꼴로 증가한 치매를 비롯한 뇌 관련 질환으로 인한 국가적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큰 몫을 차지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예방관리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뇌과학의 발달, 뇌건강에 대한 인식변화 이끌어

멘탈헬스 산업의 성장에는 뇌과학의 발달에 따른 대중들의 인식변화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뇌에 대해 그리 관심을 갖지 않았다. 무엇보다 쉽게 근접할 수 없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90년대 초 ‘뇌의 세기’, ‘뇌의 10년’ 등 국가적인 뇌연구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뇌 연구결과가 90년대 말부터 쏟아져 나오면서 양상은 달라졌다. 

과학적 연구는 사회적 변화의 시발점을 형성한다. 보통 과학에서 건강, 교육, 문화 순으로 전이된다고 하는데, 건강 분야는 한 개인의 삶과 가장 밀접한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크게 형성된 시장 중 하나다. 사람의 욕구와 관심이 곧 시장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실제 뇌과학 연구 가운데 뇌질환 연구 및 신약 개발에 가장 많은 자본이 투입된다.

지금 나이든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뇌질환’이다. 특히 치매에 대한 걱정이 주류를 이룬다. 과거 ‘심장’에 보였던 관심이 이제는 ‘뇌’로 확연히 옮겨왔다. 건강의 중심이 뇌로 이동한 것은 뇌가 육체뿐 아니라 바로 정신을 총괄하는 사령탑이라는 데 있다. 어떻게 하면 나의 뇌를 건강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뇌세포는 60세가 되어서도 생성이 가능하다’, ‘뇌는 고정불변된 기관이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뇌의 가소성neuroplasticity 연구결과를 비롯해 뇌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는 등 뇌과학의 발달은 사회적 인식변화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 요가 통해 전 세계 멘탈헬스 산업 주도

멘탈헬스 산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라는 ‘명상’. 특별한 기기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신체를 활용해서 가능한 분야라는 것과 함께 동양의 깊은 정신문화에 대한 동경심도 저변에 깔려 있다. 

스트레스를 탈피하고 삶의 질적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요가’로 대표되는 동양의 정신수련법들은 삶의 질 향상을 원하는 중상류층들이 애용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동양의 정신수련법들이 선진국에선 뇌건강 예방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멘탈산업으로 자리한 것은 눈여겨볼 일이다.

2008년 12월 10일 미국립보건원(NIH) 산하 대체의학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38퍼센트가 대체의학을 이용하거나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성인 2만 3천 3백 명과 17세 이하 아동 9천 4백 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결과를 살펴보면 자연산 의학품(17.7퍼센트), 단전호흡(12.7퍼센트), 명상(9.4퍼센트), 지압·접골(8.6퍼센트), 마사지(8.3퍼센트), 요가(6.1퍼센트) 순이다. 그런데 단전호흡, 명상, 요가 등은 사실상 동류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동양의 대체의학 분야를 이용하는 사람 3명 중 1명은 정신수련을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요가’ 하면 정신건강의 보통명사로 통할 만큼 이미 사회적 트렌드를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요가저널>에 따르면 지난 1994년 6백만 명이던 미국 요가 인구가 현재 1천 5백만 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단기적으로는 2001년 9.11테러 이후 급속히 늘었다고 분석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물질주의에 대한 회의, 현대인들의 만성 스트레스에 대한 탈피, 사후치료가 아닌 건강예방에 대한 관심도 증가, 정신적 삶의 질 중시 등이 중요한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뇌과학의 발달에 따른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 즉 물리적 운동만이 아니라 정신적 훈련법을 병행하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미국인들이 인식하게 됐다는 데 있다.

‘요가’는 알다시피 인도의 정신수련법이다. 그래서 인도는 미국인들에게 깊은 정신문화를 보유한 나라라는 동경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정신문화 보급을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요가’가 보통명사로 쓰이다 보니 미국에 보급된 다른 나라의 정신수련법들도 모두 ‘요가’로 묶여져 통하는 형국이다.

글·브레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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