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인문학] ESG,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그리고 힐링소사이어티

브레인 Vol.86

브레인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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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김지인 기자 |입력 2021년 03월 02일 (화)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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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 며칠 전 11번가가 직배송 택배 상자에 ‘친환경 택배 상자’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상자는 접착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고 조립해 쓰는 방식으로 분리배출이 쉽고 100퍼센트 재활용 될 수 있다. 11번가는 이번 친환경 택배 상자 도입을 시작으로 ESG경영을 위한 장기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작년 12월에 ‘도쿄포럼 2020’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 사회적 가치 창출,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ESG 경영을 가속화하는 것이 환경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등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관심을 모았다. SK그룹 뿐만 아니라 포스코, 롯데, 삼성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업종을 불문하고 ESG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이전에는 기업들이 환경 오염과 인권 침해 등에 대한 규제를 회피하는 소극적 태도로 기업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ESG에 접근해왔다면, 이제는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기업의 투자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ESG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재무적 성과 뿐만 아니라 친환경, 사회적 책임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 뿐만 아니라 다층의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비재무적 성과들을 포함한다. ESG 중 E(Environment, 환경)의 평가 요소는 기후변화 정책, 공기 및 수질 오염, 재생에너지 사용 등이다. S(Society, 사회)는 인권, 제품 안전, 고객 관계, 지역사회와의 소통 등을 평가한다. G(Governance, 지배구조)는 이사회 구조, 투명성, 청렴성, 주주 관계 등을 평가하고 있다. 

ESG는 2004년에 처음 만들어진 용어로 오랫동안 투자시장에 존재해왔다. 2005년 유엔이 제정한 ‘책임투자 원칙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 서명한 금융기관들이 전 세계적으로 2,250여개가 넘고 이들이 운용하고 있는 자산이 80조 달러를 웃돌고 있다. 

미국 나스닥은 2021년 증시 전망을 내놓으면서 5가지의 큰 흐름을 제시했는데 ESG 투자의 가속화를 그중 두 번째로 꼽았다. 컨설팅기업인 맥킨지는 이를 넥스트 노멀(Next Normal)로 부르고 있고, 세계경제포럼은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으로 진단했다. 

이렇듯 ESG 친화적 기업의 가치가 급증하게 된 요인은 무엇일까? 미국 경제전문언론인 CNBC는 밀레니얼과 Z 세대가 사회의 주요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의 소비자 행동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경제적 동기, 그리고 기업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책임과 실천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라고 분석하고 있다. 

# ESG와 함께 떠오르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경제 이슈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이다. ESG가 국내에서 그린뉴딜사업과 같은 환경 부분에 초점이 맞추져 있다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심화되는 양극화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과 대비되는 개념으로서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업의 주주 뿐만 아니라 고객, 근로자, 거래 기업, 지역사회 등 가치 사슬 전반에 걸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공동결정자들이 되는 시스템이다. 

경제전문가 최남수 서정대학교 교수는 최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저서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핵심 가치는 기업 성장의 과실이 사회 전반에 흘러내리는 ‘낙수효과’를 복원해 골고루 잘 살고 환경 등 공존의 가치를 지켜 나가는 건강한 사회와 경제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바야흐로 경제활동을 중심으로 인간이 자연과, 다른 인간과 설정한 관계가 리셋되고 있는 시간이다. 장기적인 경제불황, 양극화, 팬데믹 등을 겪으며 우리가 고통스럽게 얻고 있는 교훈들을 바탕으로 현대 문명에 근본적이고 전 지구적인 전환을 가져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이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의 근간이 될 새로운 가치체계는 어떻게 가시화될 수 있을까?

제1차,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국제사회는 다시는 인류가 국가간 분쟁을 무력으로 행사하지 않기 위해 국제연합(UN)을 창설했다. 국제사회는 유엔을 통해 평화의 공동번영의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유엔 또한 국가 패권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있다. 무엇보다 보건/위생 분야의 국제협력을 위해 설립된 유엔 전문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대처하는 그동안의 태도에서 국제기구로서의 과학적 객관성과 중립성에 대한 신뢰에 큰 타격을 받았다.

# 21세기 벽두에 출간된 <힐링 소사이어티를 위한 12가지 통찰>에서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이승헌 총장은 국가의 정치적 이해를 넘어서 인간사랑 지구사랑을 실천하는 비정부 민간운동기구들의 영적인 연대(SUN, Spiritual UN)를 제안했었다. ‘영적인’이라는 말은 종교적 가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 가치로 환원될 수 없는 삶의 본질적인 것을 의미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SUN은 또 하나의 국제기구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 새로운 문명집단의 개념이다. 

이승헌 총장은 이 책에서, 이러한 새로운 연대가 출현하기 위해서는 삶의 기본 바탕이 되는 욕구의 종류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속가능한 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할 세 가지 요소로 우리의 성품과 습관과 기술을 들고 있다. 욕구의 종류와 수준을 결정하는 성품이 달라져야 하고, 그 성품의 뿌리인 습관이 달라져야 하고,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미 기술 차원에서의 변화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경제 시스템, 과학기술, 정치 제도 등의 영역에서 말이다. 이제는 이런 기술적 변화가 가야할 인류 문명의 방향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선택하고 능동적으로 창조하는 의식적인 시민들이 많아져야 할 때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민들의 전 지구적 연대가 필요하다. 21세기에는 어떤 형태의 연대가 출현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관계 맺는 방식이 점점 물리적 공간에서 사이버 공간으로 비중이 이동하고 있는 흐름 속에서 가능한 방식을 상상해 본다. 

글. 김지인 jkim618@gmail.com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의 디자인학교 Pratt Institute 석사과정 중 인생행로를 인간 뇌의 가치실현에서 찾고 대학원을 중퇴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메꾸는 방법을 익히고 나누려는 삶의 이정표를 따르고자 미국, 일본 뇌교육 현장에서 10년간 경험을 쌓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두뇌포털 브레인월드닷컴 기획팀장을 거쳐, 현재 유엔공보국(UN-DPI) NGO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을 맡아 국제사회에서의 뇌교육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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