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혁의 뇌교육 가이드 17편] 인간 뇌의 특별함, 지금 어떤 시간을 살고 있습니까?

장래혁의 뇌교육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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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브레인 기자 |입력 2020년 09월 20일 (일)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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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혁의 뇌교육 가이드 17편]
 

얼마 전 교육청 교사연수를 다녀왔다. 코로나19 이후 첫 오프라인 강연이어서 참석한 교사 분들과 어느 때보다 밀도 깊은 시간을 가졌는데, 과거 인공지능 알파고 때 보다 더 큰 충격과 혼동에 휩싸인 교육현장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2016년 3월,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후, 전 세계 교육계에서는 인공지능 시대를 함께 살아갈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시스템 변화와 인간 고유역량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담론과 논쟁이 이어졌다.

당시 급증했던 교육계 초청 강연 서두에 필자는 “지금 제 앞에 앉아 있는 분들은 인공지능과 공존 혹은 경쟁할 인류 첫 세대에게 가장 부정적 영향을 줄 1순위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만들어진 같은 건물, 같은 커리큘럼에 따른 학습체계를 가진 공교육 세대, 인간의 다양한 두뇌능력을 아이큐(IQ) 하나로 단일화 했던 마지막 교육 세대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알파고가 인공지능과 대비해 인간 고유역량에 대한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졌다면, 코로나19는 인간이 딛고 살아가는 환경과의 공존이라는 보다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만의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생명체가 아닌, 과거와 미래에 관한 통찰을 가진 영장류로서의 고등의식기제에 대한 물음과 답이다.

대다수의 동물들은 태어나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이기 시작하고 자신의 신체를 대부분 사용할 수 있다. 성인 뇌기능의 대부분을 빠르게 발현할 수 있지만, 유전의 영향이 지대한 만큼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고자 하고,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성인만큼의 뇌기능을 쓰려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지구상 최고의 유전자를 가진 인간은 태어나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신체, 정서, 인지사고 체계의 두뇌발달이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되는 특별함을 갖기 때문이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차원에서 ‘시간’의 흐름과 나를 둘러싼 환경에 변화를 주는 인간 뇌의 ‘창조성’은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오늘날 인류 문명을 만든 것이 인간 뇌의 창조성에서 비롯되었듯이, 당면한 인류 위기를 해결할 열쇠 또한 인간 개개인이 갖는 의식 상태와 가치추구의 방향성이 어디를 향하는 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의 흐름을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 뇌의 특별함에 해당한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1년 전에 자신을 떠올리며, 그 때 어떠한 존재였음을 성찰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자신을 바라보며, 좀 더 나은 변화를 위해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목표를 세우고 실천을 통해, 성장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한다는 것 또한 어렵다.

인간 뇌에게 시간의 흐름은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창조를 의미하고, 그것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200여 년간 인류가 지구에 미친 변화를 상기해보면, 지구의 역사 동안 이토록 창조성의 발현이 큰 생명체를 떠올리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 시간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고등의식기제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1972년 항체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구조적인 기초를 밝힌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제럴드 에델만 교수가 이후 뇌 연구에 뛰어들면서 발표한 의식 생성모델에 따르면, 포유동물이 갖는 1차 의식은 언어가 생성되기 전 형성된 것으로 기억된 현재를 뜻한다. 장면들이 시간과 더불어 연속해서 흐르는 것이 아닌 스냅사진처럼 하나의 장면을 의미하는 셈이다.

이에 반해, 인간이 가진 고차의식으로 가면 언어를 매개로 한 기억이 생성되면서 하나의 장면이 담긴 스냅사진들이 연결되어 파노라마를 만들며,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가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셀프(Self)라는 자아의식이 생긴다고 보았다. 브로카, 베르니케 등 언어영역이 고차 피질의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과 연결되어 생성되는 것으로, 인간 뇌의 특별한 기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 의식에 대한 탐구는 끝이 없는 여행일 지도 모른다. 인간의 뇌기능과 구조를 샅샅이 밝혀낸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차원의 의식기제를 완전히 밝혀내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인간 의식에 대한 과학계의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시간’의 의미를 이해하는 인간 고유의 기제가 우리 사회와 교육 현장에 어떠한 형태로 발현되고 있느냐에 대한 물음이다. ‘인공지능과 공존 혹은 경쟁할 인류 세대’라는 수식어 외에 ‘지구생태계의 위협에 평생을 시달리는 세대’를 맞이한 한국의 미래 세대가 가져야 할 시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부모세대들이 경험하지 못한 지구촌 시대, 21세기 한국인은 어떠한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가.

필자가 있는 곳은 사이버대학이다. 해외에서 ‘BTS대학’이라 불리고, 가장 많은 케이팝(K-POP) 아티스트가 있는 한류 선도 대학이기도 한데, 입학하면 모두가 공통적으로 듣는 교양과목이 딱 하나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이수한 ‘지구경영으로의 초대’라는 과목으로 ‘인간, 지구, 뇌’라는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당면한 지구촌의 다양한 문제를 탐구해보며 지구와 인류사회에 공헌할 21세기 한국인으로서의 의식 확장을 위한 과목으로 인기가 높다.

건강, 교육, 환경,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이 함께 하는데, 특히 한민족의 전통문화의 원형에 해당하는 ‘국학(國學)’ 세션에 관심이 뜨겁다. ‘국학’은 외래 종교와 사상, 철학이 들어오기 전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를 의미한다. 뇌교육 차원에서 볼 때, 시간의 의미를 이해하는 사고체계와 훈련을 갖는 것은 인간 뇌의 특별함을 깨우는 것이다. 

자연의 순환이 그러하듯, 인체도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상태일 때 비로소 건강하다. 호흡과 명상을 통해 심신이완 뿐 아니라 의식 확장을 가져오면, 작은 나를 넘어 더 큰 나를 떠올리게 되고 나아가 이 땅의 시간의 흐름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내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이 땅,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땅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과거에 이 땅에 살아왔던 사람들이 만들어 낸 시간에 궁금증을 가질 때 비로소 나와 나를 둘러싼 이 땅의 미래에 관심을 갖게 된다. 현재의 ‘나’가 아닌, 과거와 미래가 하나로 연결된 시간의 흐름선상에 존재하는 ‘나’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들은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을까. 외국인들이 한국에 처음 와서 한국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우리 남편, 우리 아들딸’이란 말에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개인이 주체가 되는 서구 사회의 ‘We’라는 표현과는 다른, 수천 년 이어온 언어 속에 내재된 문화적 토양이다 보니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한국을 방역모델 선진국으로 주목하면서 문화적 전통에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 사람들 스스로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인식 또한 대폭 증가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또한, 지구가 하나라는 느낌을 갖기도 하고, 지구촌에 함께 살아가는 세계시민이라는 확장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이것은 새로운 인식이라기보다 본래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던 의식의 표출이다. 수천 년간 이어온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의 원형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의 나라를 꿈꾸었던 선조들의 지혜와 혜안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한민족의 철학, 바로 하늘•땅•사람이 하나라는 ‘천지인(天地人)’ 정신으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이 땅의 시간을 얼마나 기억하고 존중하고 있는가. 20세기 신생독립국으로서의 대한민국만을 기억한다면, 기적적인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해 낸 한국만을 떠올린다면, 방탄소년단들이 부르는 노래의 한글 가사를 따라 외우고 그들의 춤사위 속에 내재된 수 천 년 이어온 한민족의 리듬에 감응하는 문화적 원형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한반도 청동기 역사를 뒤바꿀 것이라는 강원도 중도 유적지는 외국의 놀이기구로 뒤덮여 가고, 대한민국 5대 국경일인 3·1절·제헌절·광복절·개천절·한글날 중에서 대통령이 오랜 기간 참석하지 않는 국경일이 다름 아닌 한민족의 생일 개천절이라는 사실을 해외의 한류 팬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지금 우리는 어떠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가. 미래세대에게 어떠한 한국인의 가치를 물려줄 것인가. 다가오는 10월 3일은 하늘이 열린 날 개천절이다.

글. 장래혁 
누구나가 가진 인간 뇌의 올바른 활용과 계발을 통한 사회적 가치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뇌교육 특성화 대학인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과 전임교수로 있다. 유엔공보국 NGO 국제뇌교육협회 사무국장, 2006년 창간된 국내 유일 뇌잡지 <브레인> 편집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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