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하는 뇌과학

브레인 vol.12

뇌의 가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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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테마 | . 기자 |입력 2013년 01월 17일 (목)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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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가소성의 개념은 지난 10년간 뇌과학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였다. 기억, 학습, 감정, 습관 같은 인간의 주요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가소성이라는 개념이 반드시 필요하다. 뇌과학이 밝혀낸 뇌의 가소성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

고정된 경계란 없다 

우리의 뇌가 다양한 기능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영역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발견은 과학자들을 흥분시켰다. 시각 영역, 청각 영역과 같은 감각 영역과 손발을 움직이는 운동 영역, 언어를 구사하는 언어 영역 등 뇌의 특정 부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뇌과학 관련 도서에는 거의 예외 없이 색으로 영역을 구분한 뇌 그림이 실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심지어 전문가들조차 인간의 뇌는 각각의 영역이 합쳐져 이루어지고, 각 영역들은 변화하지 않는 독자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뇌 영역이 고정돼 있다는 개념은 뇌가 손상되어 한쪽 팔다리를 못 쓰거나 말을 하지 못하는 것만 본다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뇌 영역들은 딱딱하게 굳어진 것이 아니다. 특히 감각과 운동에 관련된 피질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어떤 손가락을 많이 쓰는가에 따라 각 손가락이 뇌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악기를 연주하면 그 기능과 관련된 뇌의 피질 영역이 점차 넓어진다.

같은 일을 담당하는 영역뿐 아니라 전혀 관련이 없는 영역들까지 기능이 변화할 수 있다. 시각을 잃은 사람의 뇌를 연구한 결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시각 영역이 놀랍게도 활동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청각 자극을 시각 영역에서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은 일반인보다 예민하게 소리에 ‘보듯이’ 반응한다. 점자를 읽을 때는 시각 영역에서 촉각을 보조하고, 오래된 시각장애인의 경우 단어의 개념 같은 고차원적인 언어 기능까지 시각 영역에서 처리한다. 뇌 손상으로 한쪽 기능을 상실한 환자도 훈련을 계속하면 뇌의 가소성 때문에 손상 부위의 주변 영역에서 그 기능을 대신 학습해 잃어버린 기능이 되살아난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뇌

이러한 뇌의 변화를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프로그램을 지우거나 복구하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지만, 그것은 옳은 비유가 아니다. 뇌는 컴퓨터와 달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하나로 되어 있다.

뇌에 정보 자극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들어가면 뇌라는 하드웨어에 물리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두 개의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도 끊임없이 새로운 연결을 시도하며 정보의 통로를 만들어간다. 이미 만들어진 뇌 회로라 할지라도 신호를 받을 때마다 시냅스 연결에 변화가 생기고, 신경전달물질의 분비 정도도 달라진다.

배선이나 연결 특성에만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뇌세포는 다른 세포와 달리 재생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학계에 지배적이었다. 쥐나 새, 심지어 원숭이의 뇌에서도 새로운 신경세포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이 발견되었음에도 그러했다. 뇌는 너무나 정밀한 회로인지라 새로운 부품을 끼워 넣으면 고장만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뇌, 특히 해마 영역에서 어떤 종류의 뇌세포로도 전환될 수 있는 줄기세포가 매일 4백 개에서 1천 개에 이르는 새로운 뉴런을 생성해내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렇게 생성된 뉴런은 자라나서 신경회로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연결을 이룬다. 평생 사용할 신경세포를 가지고 태어나 나이를 먹으면서 계속 줄어들기만 한다는 기존의 견해가 무너진 것이다. 우리의 뇌는 평생에 걸쳐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낼 여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뇌가 7일 정도면 변화할 수 있다는 연구 사례가 발표되었다.

옆의 사진은 저글링(공을 3개 이상 위로 던져 올렸다가 받는 묘기)을 익혔을 때 움직임과 관련된 영역들의 피질 두께가 변한 것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7일 안에 뇌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이미 익숙한 것과는 다른 새로운 학습을 할 때 뇌가 더 잘 변화한다는 것을 이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저글링을 그만두면 뇌가 다시 원래 상태를 돌아가기 때문에 꾸준히 해야 상태를 지속시킬 수 있다.
출처: Joenna Driemeye 외, “Changes in Gray Matter Induced by Learning?Revisited”,


뇌는 늙지 않는다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맞는 비결


뇌의 가소성을 입증하는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노년의 뇌에 대한 이해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의 생각대로라면 뇌는 나이가 들면서 퇴화될 뿐이다. 건강한 90세의 뇌와 20세의 뇌를 구별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나 뇌의 가소성은 노년의 뇌 역시 끊임없이 적응하고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인들의 뇌에서 뉴런의 상실과 기능의 퇴화라는 변화가 관찰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고혈압, 동맥경화 같은 질병이 없는 건강한 노인의 뇌는 혈류량과 산소 소비량 등에서 젊은 사람과 거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어휘력, 일반 상식, 이해력과 같은 ‘결정적 지능’은 노인이 젊은이보다 더 뛰어나다. 단지 기억과 정보를 빨리 처리하는 ‘유동적 지능’만이 떨어질 뿐이다.

노년에 이르면 뇌세포가 상당량 소멸되지만, 뇌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뇌세포는 여전히 충분하다. 이처럼 비록 몸의 기능은 떨어져도 노인이 젊은이보다 지혜로울 수 있는 이유는 뇌의 가소성이 끊임없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뇌는 늙지 않는다. 성숙할 뿐이다. 뇌의 가소성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나이가 들어도 호기심과 탐구심을 잃지 않고 뇌에 지적 자극을 주면 뇌는 그에 반응하면서 변화한다. 100세 시대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맞는 비결 역시 뇌에 있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도움 받은 책·《기적을 부르는 뇌》(노먼 도이지, 지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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