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과학

브레인 Vol. 23

* 기획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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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명상 | 브레인 기자 |입력 2012년 10월 04일 (목)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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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대표적 자산으로 손꼽히는 ‘명상’의 과학적 접근과 연구는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에서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동양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저변에는 서구 물질만능주의에 따른 정신적 가치의 하락, 그에 따른 동양에 대한 호기심과 정신 및 물질의 상호관계, 명상을 통한 내면적 성찰 등 복합적 요소가 담겨 있다.

그동안 명상은 어떻게 연구돼왔고, 어떤 연구 결과를 낳았는지 살펴보고, 최근 국제 저명 학술지에 처음으로 발표된 한국의 고유 명상에 관한 연구 결과도 함께 알아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과학적 영역에 들어선 동양의 명상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에 초월명상(Transcendental Meditation: TM)이 널리 보급되고, 인도 요가, 참선, 기공 등이 알려지면서 명상의 효과와 기전을 밝히고자 하는 과학적 연구가 뒤따르기 시작했다.

서양에서 본격적으로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미국 하버드 의대 허버트 벤슨 교수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벤슨 교수는 1967년 초월명상 수행자 36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명상 전후에 혈압, 심박수, 체온 등 생리현상의 변화가 뚜렷함을 밝혀냈다.

1970년대 들어오면서 하버드 의대 그레그 제이컵 교수의 명상에 대한 뇌파 연구가 잇따랐고, 1990년대에는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촬영(functional MRI), 단일광자 방출 단층촬영(SPECT),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등 뇌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정교한 장비들이 개발됨에 따라 명상할 때의 뇌 상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졌다.

또한 뇌의 기능적, 구조적 변화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도 넓고 깊어졌다. 미국에서 과학 및 의료 분야의 연구비를 대부분 지원하는 NIH(미국국립보건원)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연구비를 지원해오고 있다.


명상 연구의 전환점을 마련한 달라이라마

2005년 12월, 매년 2만~3만 명의 전 세계 신경과학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미국신경과학학회(Society for Neuroscience: SFN) 연례총회에 티베트의 정신 지도자 달라이라마가 초대되었다.

당시 논쟁의 핵심은 바로 ‘명상瞑想’이었다. 달라이라마의 강연 주제는 ‘명상의 신경과학(The Neuroscience of Meditation)’.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예정된 강연에 대해 당시 일부 연구자들이 종교와 과학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며 다소 논란을 펼치기도 했다.

종교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는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적극적 후원자로 손꼽힌다. 명상에 관한 신경과학적 연구는 실제로 1987년 달라이라마와 선구적인 뇌과학자들의 모임이 생겨난 이후부터 더욱 활발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모임을 통해, 뇌과학자들은 명상을 하는 티베트 불교의 선승들을 대상으로 명상할 때 나타나는 정신 현상의 생물학적 기반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달라이라마는 1987년부터 초청 인사 자격으로 과학자 모임에 10차례 참석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3년에는 세계 최첨단 과학기술의 산실인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신경생물학 연구소가 주최한 ‘정신연구회의’에 공동 후원인 자격으로 참석해 과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2005년 신경과학학회 연례총회에서 열린 강연은 그러한 흐름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는 2008년 《달라이라마, 마음이 뇌에게 묻다》라는 책을 출간하며, ‘과연 마음이 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신경과학자들과 진행한 그간의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또한 정서와 사고, 인지 활동 등 소위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이 뇌에서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다시 뇌에 영향을 미쳐 뇌의 물질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과학적 증거들도 제시했다.


명상이 일으키는 다양한 심신의 변화들

이미 알려진 명상의 효과는 다양하다. 명상을 하면 혈압, 맥박 등 심혈관계의 기능과 혈당이 안정되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혈중 농도가 감소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현상이다. 또 신체의 일주기성 리듬과 관련된 멜라토닌의 경우, 명상 중 혈중 멜라토닌 수치가 상승하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

명상의 심리적 효과도 다양하게 밝혀지고 있다. 명상이 우울, 불안, 분노, 피로감, 스트레스 증상 등을 감소시키고, 활력이나 긍정적인 정서를 증가시키며, 잠재력이나 창의력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우울증 재발률을 절반으로 감소시켰다는 보고도 있다.

8주간의 명상 수련 결과 우울 증세가 호전되고, 명상을 처음 경험하는 이들이 닷새간의 명상 수련만으로도 주의력이 뚜렷하게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명상의 효과에 대한 뇌파 연구 결과도 잇따랐다. 눈을 감을 때 나타나는 알파파의 활성도가 전두엽 부위에서 가장 크다는 보고가 있으며, 티베트 전통 명상(Nyingmapa and Kagupa)을 1만 시간 넘게 수행한 8명의 티베트 불교 수도승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감마파의 크기와 뇌 영역 간 감마파의 동기화가 함께 증가하며 오랜 수련을 한 고승일수록 더 높은 크기의 감마파가 나타났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명상에 따른 뇌의 기능적, 구조적 변화

뇌 영상기기가 발달함에 따라 명상의 생리적 변화에 대한 연구가 점차 뇌의 기능적, 구조적 연구로 확대되고 있다. 명상의 효과와 범위가 그만큼 훨씬 깊어진 셈이다.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촬영을 이용한 연구에서 집중명상 수행자의 지속적 주의력 관련 뇌 부위의 활성화에 대해 보고된 바 있다. 2007년에 발표된 이 연구에 의하면 대조군에 비해 평균 1만 9천 시간 명상을 한 수련자에게서는 지속적 주의력과 관련된 부위가 더욱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련 기간이 더 길어지면 오히려 이런 부위가 덜 활성화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명상 수련이 일정 기간 이상 축적되면, 적은 노력으로도 뇌를 효율적으로 활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5년 구조적 자기공명 영상촬영(str-uctural MRI)을 통해 라자르Lazar 등이 시행한 연구에서는 주의력, 감각 정보처리 등과 관련된 뇌 부위인 오른쪽 전전두엽과 오른쪽 앞섬이랑의 회색질 두께가 명상 수련군에서 증가하고, 그 효과는 연령이 높고 명상 수련 기간이 길수록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년 이상 매일 수행한 참선 수행자의 경우, 노화에 따라 나타나는 뇌 피질 두께의 감소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어 명상이 노화에 따른 인지 저하를 막아주는 예방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의 고유 명상,
국제 저명 학술지에 첫 게재



명상이 동양의 정신적 자산이라 하지만, 명상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서구가 주도하고 있음에는 이견이 없다. 합리적 사고와 과학적 규명을 중시하는 서구의 문화에서 비롯되었음을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일.

일례로, 동양의학의 보고라는 침의 과학적 규명에 대한 연구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그 뒤에 이어질 관련 장비 시장 선점과 과학적, 학문적 성과가 고스란히 서구 국가의 몫이 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대학교병원과 한국뇌과학연구원이 2년간의 공동 연구를 통해 발표한 한국 고유 명상의 효과가 국제 저명 학술지 <뉴로사이언스 레터Neuroscience Letter>에 게재되어 주목을 받았다.

앞서 초월명상, 인도 요가, 티베트 불교명상 등 동양의 명상법이 국제 학술지에 실린 적은 많으나, 우리나라 전통 원리를 바탕으로 한 명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동 연구의 책임을 맡은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강도형 교수는 “한국 고유의 정신 문화를 기반으로 개발된 뇌파진동 명상을 규칙적으로 한 그룹이 일반 건강 그룹에 비해 스트레스 감소 및 긍정적 정서 반응, 스트레스 조절력 등이 높아 정신건강 증진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에 실린 뇌파진동은 우리나라의 전통 육아법 단동십훈에 실린 ‘도리도리’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체계화한 뇌교육 프로그램인데, 머리를 가볍게 좌우로 흔드는 단순한 동작을 통하여 심신을 이완하는 두뇌 건강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심신 단련법과 그 원리를 바탕으로 현대화한 명상법인 셈이다.

공동 연구기관인 한국뇌과학연구원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유엔 협의지위기관으로서, 뇌 건강 및 다양한 뇌교육 프로그램의 연구 및 개발을 통해 인간 뇌 활용 분야에 대표적인 연구기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인도 요가가 해외에서 대표적 명상법으로 인정받는 것과 비교해 한국 전통의 심신 훈련법이 그 과학적 효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는 점에서, 인도 요가가 주류인 21세기 멘탈 산업에 한국의 정신문화가 새롭게 부각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현대인의 정신건강 증진에 있어 우리 전통의 심신 훈련법이 지닌 우수성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서구에서 명상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단순한 동양의 심신 수련을 넘어 의학, 교육계로까지 확대되고 있고, 그 저변에는 서구의 합리적 이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과학적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수천 년의 역사 동안 이뤄온 많은 우리의 정신적 자산들을 소중하게 지켜내고 더 이상 신비주의나 비과학적 대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며, 열린 사고와 더불어 끊임없는 과학적 연구로 아시아적 가치들을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글ㆍ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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