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연출자 최윤엽

브레인 vol.2

'예술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예술'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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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 기자 |입력 2013년 01월 11일 (금)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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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공연계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비보이였다. 크고 작은 행사의 절정엔 그들이 있었고, 대중은 그들에게 끊임없이 환호했다. 는 이러한 비보이들에게 무대와 플롯을 내어주면서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 이후 <마리오네트>, <비보이코리아>, <피크닉> 등 많은 작품들이 비보이들과 함께 공연계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 공연들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시장에 우리의 역량을 과시할 기대주로 공연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창조적인 뇌는 낯선 것을 좋아한다. 여기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어줄 낯선 몸짓이 있다. 빛처럼 열정적이고 폭발적인 비보이Break Dance Boy의 몸짓이다. 우리가 손가락질하며 혀를 차던 그 소년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아이콘으로 성장하고 있다. ‘예술이 무엇이냐’고 묻는 책을 든 예술가들에게 그들은 ‘예술은 삶’이라며 거침없는 웨이브를 날린다. 그들의 성장 뒤에는 그들의 춤에 이야기를 접목시켜 무대위에 올린 연출자가 숨어 있다. 

미친 꿈에 꽃다발을 던지다

2005년 어렵게 투자를 받아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사람들은 얼마가지 못할 것이라고 쑤근 거렸다고 한다. “공연 업계에선 미친놈들이라고 했죠. ‘웃긴다’, ‘별일 다 있다.’ 하지만, 오픈하고 한달도 안돼 외국인관객들이 오고, 세계에 공연이 알려졌죠. 광고한번 한 적 없는데. 4월 쯤 되니까 공연업계에서 잘 나간다는 사람들은 전부 찾아오더라고요. 벤치마킹하러 말이죠.(웃음)”

2005년 12월 9일 첫 공연 이후, 각계각층의 유명인들이 이 공연을 찾았다. 아마도 공연 자체를 즐기러 온다기보다 ‘대중이 왜 이들에게 열광하는지’ 그 열정이 궁금해 찾아왔을 것이다.

“인간은 공통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어요. 춤이라는 몸동작이 특히 그렇죠. 그것도 대중들로부터 나온 춤은 누구에게나 즐겁게 다가가 쉽게 동화될 수 있거든요.” 공연이 시작된 후 그들의 날카로운 시선도 관객과 함께 웃고 환호하고 탄성을 지르게 되었을 것이다.     

대중 속, 숨은 예술 찾기

최윤엽은 대중 중심의 공연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대중들의 문화가 예술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걸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발레와 같은 고전적인 무대는 대중과 공감하기보다는 대중을 가르치려 들죠. 전문가가 봐도 어렵고 난해해요. 누구를 위한 공연인지.”

그는 대중의 예술성이 이미 제도권의 문화에 앞선다고 한다. “과거 특권층만이 누리던  특수한 정보들을 이제 대중의 정보가 앞서나가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중심이 바뀌었죠. 대중중심사회로. 하지만 이런 변화 이후에도 대중은 어느 순간 특권에 의해 무시당하고 차별받아요.” 그것을 타파하고 대중이 중심이 되는 것을 알리는 작품이 그에게는 필요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대중으로부터 태어난 춤, 그 중에서도 가장 소외된 언더 중의 언더인 춤, 거리의 춤Street Dance이었다.  

거리의 춤을 사랑한 발레리나

는 기득권의 귀족문화, 제도권의 상징인 발레를 거리의 춤에 접목시킨다. 여주인공 발레리나는 어느 날 자신과 전혀 다른 부류의 춤을 접하게 된다. 무시하고 무심하려고 하지만 그녀의 숨은 호기심이 꿈속에서조차 그녀를 그들과 만나게 한다. 그녀는 결국 그들의 춤에 빠져 버리게 되고 거리의 춤꾼을 사랑하게 된다.

짧고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발레리나를 사랑한 B보이’가 아니라, ‘B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라는 데에 연출자의 의도가 담겨있다. 문화중심이 기득권에서 대중으로 전도되고 대중에게 동화되는 현상을 목격하라는 것이다. “순수예술 쪽에 있는 사람들이 와서 보고 모두 인정하더라고요. 그리고서 본인들이 하는 건 이제 예술이 아니라 예술의 기초라고 말하더군요. 이게 대중의 성장이죠."   



꿈이 현실이 되는 브레인컨트롤 법

‘빨리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는 최윤엽, 그는 ‘꿈이 현실이 되는 브레인컨트롤 법’으로 상대 중심적 사고와 일관성 있는 신념, 전문 노하우를 꼽았다. 우선 그는 노하우 부족으로 사업에 실패한 뼈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30대에 실패를 했어요. 경영 노하우 부족으로. 2000년대 떠오르는 경제계의 샛별로 주목 받았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 실패로 성공보다 중요한 걸 얻을 수 있었어요.”       
이제 공연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그이지만, 그는 아직도 꿈을 꾼다. “신념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확신만이 시련과 좌절의 걸림돌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주니까요. 신년에는 돈도 벌고 꿈에 투자할 자본금도 생기겠죠.” 그는 즐거움을 통해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인류가 그의 상대 중심적 사고의 바로 그 ‘상대’이기 때문이다.               
        
대중을 향한 또 다른 변화

지난 2006년 12월 9일 는 1주년을 맞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기자시사회를 열었다. 공연은 구성을 좀 더 단순화시키고 더 많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도록 바꿔져있었다. 역사가 되어버린 지난 한 해 공연이 달콤 쌉싸름했다면 새로운 공연은 그 쌉싸름함을 배제시켰다고 해야 할까. B보이 전나마의 죽음을 추도하며 시작되었던 오프닝도, 영화적 요소로 언어를 대신하던 여러 영상들도, 하모니카로 만들어내던 비트박스도 이제 역사가 되어버렸다. 사람이 환경에 따라 변화하듯, 공연의 변화도 현재진행형이다.

2007년, 이 해가 가기 전에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낸 비보이 공연을 비보이를 탄생시킨 미국에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런던, 도쿄, 상해, 파리의 극장에서 표를 사기 위해 오래도록 줄을 설지도. 우리가 세상에 던지는 춤과 이야기를 세계가 함께 즐기게 된다면 그들이 박수를 보내는 것은 우리의 단순한 동작 하나, 이야기 한 토막이 아닐 것이다.  문화의 소통창고에서 건진 열정의 삶과 공감의 철학일 것이다. 
   

비보이 안효성 (일루션, Illusion,23세)

‘B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에 출연 중인 Illusion의 멤버 안효성. 크고 작은 무대와 대회에서 춤을 춘지 10년,

춤은 그의 성장기로부터 지금까지 밥 먹듯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무대 위, 그의 웨이브는 파도의 그것을 닮았다.

‘물이란 물건을 잘 활용하려고 고민한다’는 그의 말이 그의 몸을 통해 재현되는 순간이다. 겨우 나이 스물 셋이지만, 그는 혼자 중국에 가 공연을 따고, 예술대학의 댄스학과 교수로, 가수 트레이너로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춤이 그에게 ‘그까짓 것’이 아니라는 증거다. 남들은 꿈을 쫒기 시작하는 나이 스물 셋, 그는 이미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글 최유리 yuri2u@healingfamily.net / 사진 강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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