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그 가슴 뛰는 이야기를 찾아

브레인 vol.13

두뇌 리더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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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 기자 |입력 2013년 01월 14일 (월)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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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나이키의 온라인 마케팅을 따냈고, 브랜드 디지털 스토리텔링 전략을 세웠다. 평범한 여대생이던 그녀가 인터넷에 관심을 가진 것은 자신의 홈페이지 작업을 하면서부터다. 자신의 감성을 이야기로 풀어낸 웹 디자인 작업은 웹 사이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 소통하는 따뜻한 인터넷을 추구하는 설은아 씨를 만나서 디지털이 만들어가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설은아 포스트비쥬얼 공동대표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내 힘으로 뭔가를 바꿀 수 있다는 느낌

“인터넷은 정말 굉장했어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은 물론 외국 사람들까지 나와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설은아닷컴’이라는 내 홈페이지를 만들려고 6개월 동안 즐겁게 몰입했죠. 사이트를 오픈하고 나서 사람들이 그 공간을 찾아 들어온다는 사실에 정말 흥분됐어요. 몰입하면 내 힘으로 뭔가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그리고 6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져 있음을 느꼈죠.”

설은아 씨가 미대에 다니던 1999년은 외환위기 여파로 대학생들이 벤처와 인터넷에서 희망을 찾던 시절이었다. 당시 인터넷 사이트에 작품을 올리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들이 밀려왔다. 그는 국민대 시각디자인과 재학 중 ‘디지털 미디어’ 수업의 과제물로 만든 첫 번째 사이버 전시 <Bi-Communication>으로 대한민국 홈페이지 디자인 공모전 특선에 입상했고, 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 대상을 받았다.

두 번째 사이버 전시 <GLANCE>는 플래시 필름 페스티벌 ‘모션 그래픽’ 부문 최종 심사까지 올랐으며, 로테르담 영화제 온라인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코노미스트-킹덤21 선정 ‘차세대 CEO’에 뽑히고, 칸 광고제 사이버 부문 황금사자상 수상 및 심사위원 활동을 하는 등 화려한 행보를 보여온 그는 이제 디지털 작업의 미다스 손으로 꼽힌다.

디지털 미디어로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것

설은아 씨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의 독특한 이력이다. 숙명여대 사학과에 다니다가 자신을 표현하는 뭔가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그는 어느 날 집 근처의 미술학원에 등록했다. 1년 뒤 재수를 시작했고, 국민대 시각디지인학과에 입학했다. 설은아 씨가    ‘방임형’이라고 말하는 그의 어머니는 딸의 진로 변경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졸업을 할 즈음에 그는 웹 속에 영상, 그림, 음악을 결합시키는 웹 아티스트로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았고, 25세에는 이정원 씨와 공동대표로 지금의 ‘포스트비쥬얼’을 창립했다.

그가 디지털 작업에서 추구하는 것은 활발한 인터랙션(상호 작용)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홈페이지를 만들 때부터 올해 나이키 디지털 마케팅을 하는 데까지 이런 디지털 미디어가 작업의 중심축을 이루었다.

“원시시대 사람들과 현대인의 뇌 구조가 꼭 같다고 보기는 어렵잖아요? 도구를 사용하면서 인류는 발달했어요. 기술은 도구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법은 무한해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을 이렇게 정의해요. ‘오늘날 인류에게 다가온 디지털 미디어에서 우리가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는 것’이라고요.”

김연아 선수의 손을 잡아봐요

설은아씨가 "김연아 선수의 손을 틍해 열정을 느껴보자"는 콘셉트로 진행한 "나이키 우먼 캠페인"의 현장 모습

그가 올여름 진행한 나이키 디지털 미디어 캠페인은 감성을 통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보여주었다.
“김연아 선수를 내세워서 나이키 우먼 캠페인을 만들라는 미션이 떨어졌어요. 김연아 선수에 대한 정보를 모으다가 ‘김연아의 손’이라는 기사를 봤어요. 발레리나의 발도 아니고, 스케이트 선수의 손이 어떻다는 것일까 궁금했죠.

기사를 읽어보고 김연아 선수의 손이 거칠다는 것을 알았어요. 스케이트 끈을 꽉 조여 매면서 손이 거칠어졌다는 거였어요. ‘아, 바로 이거야! 김연아 선수의 손을 통해서 열정을 느껴보자’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매장의 쇼윈도에 설치된 대형 화면 앞에 손 모양의 실루엣을 그려놓고, 그 위에 방문객들이 손을 올리면 스케이팅, 요가,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김연아 선수가 다가와 손을 포개며 자신이 생각하는 스포츠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죠.”

이 캠페인은 서울의 명동, 신촌, 코엑스에서 진행돼 매장당 하루 평균 1천 명 이상이 참여했고, 네티즌들로부터도 큰 반응을 얻어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 속에 있다

그녀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는지 물었다.
“갑자기 어딘가에서 나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이야기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소재에서 출발하지만 그 속에서 개념을 끄집어내는 힘이 필요해요. 일상 속에서 그런 개념을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해요. 저는 평소에 디자인 콘텐츠, 그래픽 디자인을 자주 접하려고 해요. 또 동시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체감하려고 노력합니다.

점점 감성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이성은 논리를 만들지만 사람들을 실제로 행동하게 하는 것은 감성이에요.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도 감성이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이렇게 복잡하게 정보가 흘러가는 시대에 통계자료나 그래프로 사람을 설득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에요.

누구나 알고 있는 느낌을 기본 정서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하는 것이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김연아 선수의 손’ 프로젝트도 센서 하나가 작동했을 뿐인데 사용자와 교감을 이끌어냈어요. 디지털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해석하고 사용하느냐, 이것이 관건입니다.”

내가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일에 몰두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값진 경험이라고 그는 말한다.
“나이키 광고주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전날부터 떨렸어요. 될 확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떨어질 거라고도 생각 안 했어요.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순간에는 내가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아주 신이 났죠.”

나이키는 그날 바로 설은아 대표의 손을 들어주었다. 늘 가슴 설레는 일을 하는 그에게 요즘 가장 큰 설렘을 주는 이는 자신을 엄마로 만든 3살배기 아이다.

“우리 아이 이름이 진완이에요. 영어로 하면 리얼 퍼펙트!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는 순간 부리나케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가요. 빨리 아이를 안고 싶어서요. 긴장이 강한 곳에서 일하다 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는 환상적인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물론 여러 가지 갈등 상황도 생기죠. 하지만 괜찮아요. 겪어야 할 갈등이기 때문에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또, 싸우면 좀 어때요?”

모든 상황을 초긍정의 마인드로 바라보는 설은아 씨의 배포가 느껴진다. 설은아 대표의 명함에는 ‘꿈2막’이라고 새겨져 있다. “제가 ‘꿈2막’이란 말에 꽂혔어요. 그리고 요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책을 읽고 있는데…. 살면서 정말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자신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제 인생의 ‘꿈2막’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몰라요. 찾기 위해서 깊게 고민하고 있어요. 뭔가 변화가 있을 거예요.”

자신의 분야에서 선망 받는 위치에 오른 그이지만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 끊임없이 이 세상과 상호 작용하기 위한 길을 만들어가는 그의 새 꿈이 디지털을 통해 우리와 어떻게 소통될지 기대된다. 재미있게 읽던 책 1부가 끝나고, 2부에서 계속된다는 문장을 읽으며 아쉽게 책장을 덮는 마음으로, 설은아 씨의 ‘꿈2막’을 기다린다. 
글·김보희
kakai@brainmedia.co.kr | 사진·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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