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으면 용감해진다?

뇌 2003년 12월호

뇌의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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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 기자 |입력 2010년 12월 24일 (금)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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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굳세어라 금순아>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은 전형적인 대한민국 ‘아줌마’다. “내 가정, 내 남편 건드리는 놈들! 절대 용서할 수 없어!”라며 두 주먹 불끈 쥔 아줌마 앞에서는 제 아무리 조폭두목이라도 당해낼 도리가 없는데, 이같은 아줌마들의 용기의 원천이 바로 뇌에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최근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뇌는 그렇지 않은 뇌보다 훨씬 용감하고 현명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위기대처능력이 탁월한 뇌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사실 ‘아줌마’라는 말에는 참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있다. 요새는 결혼을 해도 처녀시절 감각을 잃지 않는 일명 ‘미시족’들이 많고 대부분의 기혼여성들도 아줌마로 불리는 것을 그닥 탐탁히 여기지 않는 듯 하다.

그러나 아줌마란 말이 지닌 묘한 매력 또한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사실. 버스에서 빈자리를 놓고 절대 겨뤄서는 안 될 상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할인매장에서 몸을 날리고, 웬만한 남자보다 주먹이 센 안면몰수형으로 아줌마들을 특징짓고 있지만, 사실그 속에는 그 정도 생활력이 있으니 힘겹고 팍팍한 세상에서 내 아이, 내 가정 억척스럽게 지탱할 수 있지 않나 하는 따뜻한 시선도 깔려있다.

허나, 그렇다 해도 바람 불면 날아갈 듯 약해 보이던 여성도 왜 결혼하고 아이만 낳으면 ‘굳센’ 아줌마로 돌변하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남는다. 남자도 결혼하면 달라진다고들 하지만, 여자들만큼 드라마틱한 변신은 아니다.

두려움 느끼는 뇌호르몬 감소

여성의 뇌는 임신을 한 그 순간부터 변화하기 시작한다. 임산부가 시도때도 없이 특정 음식을 찾거나, 평소에 안 먹던 음식을 즐기는 모습은 흔히 보게 되는 일이다. 입덧을 하고, 비위가 아주 약해지는데 최근 스웨덴 연구진의 결과에 의하면 실제로 임산부들의 후각은 극도로 예민하다고 한다. 특히 요리하는 냄새, 향수, 담배연기, 커피 등에 민감하며 안 좋은 냄새에 더 큰 반응을 보였고 구토증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예민해진 후각 덕분에 ‘예비 엄마’들은 상한 음식이나 안 좋은 음식을 쉽게 알아채서 음식을 가려먹게 된다는 것이다.

임신 기간을 지나 출산을 하면, 또 한번의 재정비과정이 여성의 뇌를 기다리고 있다. 영국 리치먼드 대학의 킨슬리 박사는 출산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쥐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새끼를 가진 어미 쥐가 처녀 쥐에 비해 두뇌회전이 빠르고 용감하다고 한다. 인간과 쥐는 두뇌구조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이 사실은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

이 연구팀은 어미 쥐들과 처녀 쥐들을 각각 불이 켜진 넓은 방에 넣고 이들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일반적으로 쥐는 어둡고 은폐된 공간을 좋아하는 데 비해, 환하고 열린 공간에서는 불안해하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이런 불안한 환경에서 처녀 쥐는 공포에 얼어붙은 듯한 모습을 보인 반면, 어미 쥐는 빠져나갈 길을 이리저리 살피는 듯한 행동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어미 쥐에게 위기상황을 좀더 침착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 연구진은 어미 쥐의 이런 행동이 가능했던 것은 출산 이후 쥐의 뇌에서 스트레스 및 공포와 관련된 뇌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포심이 줄어드니 용감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낯선 먹이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처녀 쥐들은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시간을 끌었지만, 어미 쥐들은 먹이를 순식간에 낚아채 먹었다고 한다.

두뇌 개발하는 출산과 양육

이 연구의 흥미로운 결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미 쥐들은 처녀 쥐보다 용감해졌을 뿐 아니라 공간지각능력과 기억력이 관건인 미로찾기에서도 처녀 쥐보다 더 높은 점수를 냈다. 출산의 경험이 머리까지 똑똑하게 만들었을까. 학자들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진화론으로 접근한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거의 영양실조가 될 지경으로 기진맥진했을 어미는 자신과 새끼의 양식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 좋은 기억력과 공간지각능력이 절실했을 것이고, 이들이 생존할 수 있는 유리한 방향으로 자연스런 진화가 일어난 것이다. 출산은 옥시토신이라는 뇌 호르몬의 작용을 촉진한다. 이 호르몬이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두뇌에 엄청난 도전인 ‘양육’이라는 새로운 경험과 자극들이 뇌를 개발시킨다는 추측도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는 새끼를 낳지는 않았지만, 남의 새끼를 키운 어미 쥐가 처녀 쥐보다는 미로찾기에 더 강했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더욱이 새끼 한 마리를 키운 쥐보다는 여러 마리 키운 어미 쥐가 미로찾기를 더욱 잘했다고 한다.

자기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100% 의존적인 존재인 아기를 세상에 맞서 보호하고 기르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임신과 출산 후에 나타나는 뇌의 변화는 ‘엄마’라는 새로운 임무를 수행해야 할 여성을 생리학적으로나마 준비시키는 조화주의 세심한 배려인지 모른다.

그러니 앞으로는 ‘아줌마’들이 조금 드세게 행동한다고 해서 너무 눈살 찌푸리지 마시길. 거기에는 인류의 생존을 가능하게 했던 숭고한 자연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글│정호진
hojin@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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