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뇌는 어느 쪽을 좋아할까

브레인 Vol. 19

* 브레인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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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 기자 |입력 2010년 12월 09일 (목)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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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일부터 기존 좌측보행 체제를 전면 개편한 우측보행이 시범 실시되고 있다. 우측보행으로 바뀐 것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은 역시 지하철이다. ‘국민학교’ 시절부터 줄곧 교육받아온 좌측통행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지하철의 우측통행 화살표와 에스컬레이터의 우측 방향 운행은 방향이 바뀌었다는 차이에서 오는 어색함보다는 낯선 사람과의 시선 교차 횟수가 늘어나는 것 같다는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반대편 에스컬레이터에 탄 사람을 빤히 바라보는 것은 실례지만, 우측통행 이후 에스컬레이터에서 오른손을 손잡이 부분에 올려놓고 비어 있는 왼쪽 공간을 바라보다 보면 반대편 사람들과 시선이 교차한다. 우측통행을 할 수 없는 지하철역도 있다. 이용객 수가 특별히 많은 지하철역은 역사를 설계할 때 일시에 많은 사람이 내리는 것을 감안해 좌측 통로와 좌측 엘리베이터의 용량을 크게 만들었는데, 이런 역의 경우 우측보행을 실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용객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우측으로 갔다가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황급히 방향을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는 특히 시각장애인에게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에스컬레이터를 당장 통째로 바꿀 순 없는 노릇이고, 일단 혼잡한 지하철 역사 안에서는 두 눈 크게 뜨고 다녀야 할 듯싶다. 


우측통행하는 스페인의 도심 광장과 우리나라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


     
좌측통행과 우측통행

국토해양부는 지난 5월 국가경쟁력위원회가 발표한 ‘보행자 우측통행 방침’에 따라 지하철, 공항, 항만 등의 에스컬레이터, 환승 통로 안내 표지를 우측보행으로 바꾸어 시범 시행하고, 2010년 7월부터는 우측보행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측통행 가이드라인은 ‘보행자와 보행자가 통행할 때’는 보행의 편의, 심리적 안정성, 국제 관행을 고려하여 우측통행으로 전환하고,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에서는 도로 여건에 맞춰 차량을 마주보고 통행하는 방식(대면통행)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즉, 보행자와 차량의 통행이 분리되지 않은 도로에서는 보행자가 차량과 마주 보고 통행하고, 분리된 도로의 인도에서는 차도에 가까운 보행자가 차량과 마주 보고 통행할 수 있도록 우측통행을 하면 된다. 또 횡단보도에서는 진입하는 차량과 되도록 먼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우측통행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6월에 제출한 ‘보행문화 개선에 관한 시행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보행 행태에 대한 생체반응 특성 실험 결과 중 뇌파 측정 및 시선 추적(eye tracker) 실험, 심박수 변화 측정에서 인체가 우측통행에 익숙하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우선 뇌파 실험 결과를 보면, 좌측보행 그룹보다 우측보행 그룹에서 뇌 전 영역에 걸쳐 알파파가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파파는 일반적으로 정상인의 경우 심리적 안정 상태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우측보행이 심리적으로 더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심박수 측정 실험에서는 우측보행을 할 때 심박수 증가량이 18% 감소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좌측보행을 할 때 스트레스 반응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선 추적 실험 결과는 우측보행자의 눈동자 움직임이 좌측보행자에 비해 15%가량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측보행이 좌측보행보다 스트레스가 적게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실험 결과를 보면 우리 뇌는 우측통행을 자연스럽게 선호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고객은 오른쪽으로 동선을 잡은 매장을 선호해
 


실제로 우리 뇌의 방향성에 가장 민감한 곳은 도로나 통행로보다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일 것이다. 매장에 들어온 고객의 동선을 파악한 조사 결과를 보면 고객의 68%가 오른쪽 길을 선택한다고 한다. 매장에 들어서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시선도 주로 오른쪽으로, 물건도 오른쪽 판매대에 놓인 것을 집는다는 것이다. 이는 오른쪽 뇌와 왼쪽 뇌의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한 가지 예로, 오른쪽 뇌는 사람의 얼굴 표정을 분석할 때 좀 더 강하게 관여하고, 왼쪽 뇌는 운동과 관련된 일에 능동적이다. 고객이 매장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왼쪽 뇌가 운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왼쪽 뇌는 신체의 오른쪽 부분을, 오른쪽 뇌는 왼쪽 부분을 조절한다. 적어도 운동에 관한 한 대부분 왼쪽 뇌가 오른쪽 뇌보다 더 우세하다.

대뇌와 더불어 대뇌기저핵도 운동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동물 실험에서 나온 결과를 보면,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성향은 대뇌기저핵과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협력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뇌는 왼쪽 뇌가 오른쪽 뇌보다 도파민 농도가 높은데, 도파민이 높다는 것이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가 하면 쥐 실험에서 왼쪽 대뇌기저핵에 도파민을 주입하면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고, 오른쪽에 주입하면 왼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이 사실은 바람직한 동선의 형태를 알려준다. 매장에서 고객에게 편안한 느낌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동선을 잡을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좌측통행을 하는 영국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영국의 한 슈퍼마켓 체인점은 ‘애국심 마케팅’을 내세우며 매장에서의 동선을 오른쪽 중심에서 왼쪽 중심으로 바꿨는데, 고객이 외면하여 이 시도는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기나긴 세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선택된 유전자를 몇 백 년 정도의 교통법규로 바꿀 수 없었던 것이다.

건물 구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왼쪽 통로를 낸 독일의 화장품 전문 체인점도 같은 결과에 직면했다. 시간이 지나면 고객이 왼쪽 통로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낙관하던 체인점은 예상과 달리 고객이 늘지 않자 자체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고객들은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 상점에 들어서면 기분이 나빠진다고 답했고, 결국 많은 돈을 들여 우측 통로를 만드는 개조 공사를 하고 나서야 그 체인점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좌측 시야와 우측 시야, 어떻게 합쳐지나?

먼저 오른쪽 눈을 가리고 왼쪽 눈으로 보이는 시야의 오른쪽 끝이 어딘지 확인한다. 그 다음, 가리고 있던 오른쪽 눈으로 오른쪽 끝의 시야가 얼마나 더 확장되는지 확인한다. 이번에는 반대로 왼쪽 눈을 가리고 시야의 왼쪽 끝 지점을 확인해본다.

이렇게 해보면 한쪽 눈으로 볼 때보다 양쪽 눈으로 볼 때 시야가 훨씬 넓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쪽 눈으로 볼 때 넓어진 시각 정보는 반반씩 교차되어 일차시각피질로 간다(인체의 왼쪽 부위는 오른쪽 뇌와 연결되고, 오른쪽 부위는 왼쪽 뇌와 연결돼 있는데, 예외적으로 시각은 절반만 교차하고 후각은 유일하게 교차가 일어나지 않는 기관이다).

즉, 우측 시야는 두 눈의 왼쪽 망막에서 신경을 자극하고, 이는 두 눈의 맹점을 통해 시신경다발을 타고 나와 시상하부 바로 아래에 있는 시신경 교차(optic chiasm)를 통과하면서 왼쪽 시상의 외측슬상핵으로 간다.

양쪽 눈에서 들어온, 범위가 다른 우측 시야에 대한 정보는 외측슬상핵에서 통합되고, 이는 왼쪽 일차시각피질로 전달된다. 반대로 좌측 시야에 대한 정보는 시신경 교차를 지나 오른쪽 시상의 외측슬상핵으로 가서 통합된 다음 오른쪽 일차시각피질로 전달된다.


영화 자막이 오른쪽에 뜨는 이유



자막이 있는 영화를 볼 때 일어나는 눈의 움직임은 어떠할까?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외국 영화는 자막을 사용하는데, 자막은 대개 스크린의 맨 오른쪽에 뜬다. 그 이유 중 하나는 TV에서처럼 자막을 하단에 띄우면 영화관의 구조상 앉은키가 큰 사람 뒤에 앉는 경우 앞사람 머리에 자막이 가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자막을 오른쪽에 띄우는 것을 관습법처럼 지켜왔지만 최근에는 여기에 과학적 근거까지 더하게 됐다. 

인간의 눈은 이미지를 볼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훑어가면서 보는데, 이를 ‘아이스캔(eye scan) 원리’라고 한다. 어떤 장면을 보거나 글을 읽을 때 본능적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의 카메라 시선도 대부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자동차나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 역시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게끔 찍는데, 반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익숙지 않은 움직임이라 보는 이가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공포영화나 전쟁 장면에서 이런 기법을 이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원리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활자를 전개하는 문화권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자막을 오른쪽에 띄우는 데는 좌우 시야의 차이도 작용한다. 좌측 시야의 정보는 우뇌로, 우측 시야의 정보는 좌뇌로 투사하는데, 우뇌는 시각 정보의 흐름을 여과하여 전체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반면 좌뇌는 국소적 정보를 처리하는 데 우세하다. 즉, 영화 자막이 오른쪽에 있으면 좌측 시야로 들어온 정보를 우뇌에서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우측 시야에서 들어온 자막을 좌뇌에서 세세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서 좌우로 길게 뻗은 스크린을 앞에 두고 앉은 관객들이 눈동자를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으로 옮기는 여정을 쉴 새 없이 반복하면서 장면과 자막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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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서 진입하는 차량과 되도록 먼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우측 통행을 하는 것이 좋다.


 
걷고 싶은 안전한 거리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여러 가지 실험과 조사를 거쳐 우측보행을 선택했지만, 실제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안전이다. 우선 붐비는 곳에서는 뇌가 선호하는 우측보행이 적합하고, 횡단보도에서도 차량으로부터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측보행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좌측보행에 맞춰 디자인된 지하철 같은 공간에서는 효율적인 방향으로 흐름을 잡아 안전을 확보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 사람도 차도 자전거도 안전하게 제 길을 갈 수 있는 안전한 거리! 이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글·강윤정
chiw55@brainmedia.co.kr | 사진·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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