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억하려면 알파파를 유도하라

뇌 2003년 4월호

[뇌의 메카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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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간질 발작 때문에 뇌수술을 받은 H씨. 그런데 수술 후 H씨에게 문제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의사가 H씨에게 2차 대전 때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가 하고 물으면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과 해리 트루만 대통령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러나 10분 후에 의사가 다시 H씨를 만나 인사를 하면 H씨는 “미안하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되묻는다. 즉 수술 전의 일은 모두 기억하고 있지만, 수술 후 습득한 새로운 지식은 기억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H씨가 이렇게 된 원인은 뇌 수술시 해마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에서 일어난 실제 사례이다. 이로 인해 해마가 학습과 기억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위임이 밝혀지게 되었다. 

모든 정보 해마에서 흡수, 일부만 대뇌 피질에 저장    

해마는 원시적인 뇌인 변연계에 속하며 귓속 부위에 좌우 하나씩 있는 두께 1센티, 길이 5센티 정도의 작은 뇌 부위이다. 이곳에서 기억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정보가 해마로 들어온다. 해마에 모인 정보 가운데 어떤 정보가 불필요한지 꼼꼼히 검토한 후 필요하다고 판단된 정보만 대뇌피질에 보관한다. H씨의 경우 수술 전에 경험했던 기억은 대뇌 피질에 보관되어 있어 해마 제거와 관계없이 기억이 손상되지 않았다.

또, H씨의 경우 새로 배운 것 중, 운동이나 손을 놀리는 기술은 기억할 수 있었다. 테니스 치는 기술은 오히려 연습으로 기량이 좋아졌다. 새로 습득한 지식인데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얼까? 테니스, 수영, 골프 등 운동 기억 같은 절차적인 기억은 소뇌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운전을 처음 배웠을 때를 생각해 보자. 처음에는 우회전을 할 때에는 차의 핸들을 오른쪽으로 회전시키고,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지면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을 우선 머리로 먼저 생각한 다음 몸을 움직인다. 이때에는 대뇌피질이 작용한다. 그러나 이것을 반복하는 동안에 운동 기억이 소뇌에 축적된다. 

알파파 상태에서 기억하면 오래 남는다


스파르타식 훈련그룹                   알파파 훈련그룹


주변에서 나는 향기, TV소리, 입고 있는 옷의 촉감, 이 책의 무게, 발과 엉덩이에 느껴지는 자신의 체중, 조명 등.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이 의식하지 못하지만 뇌는 대량의 정보를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 정보의 양은 상상 초월! 만약 그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한다면 뇌는 5분 안에 한계에 도달, 뻥! 터질지도 모른다. 뇌에는 1천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지만 수용 능력은 그렇게 크지 않다. 뇌 용량이 너무 가득 차면 뇌는 들어온 대부분의 정보를 기억하지 않고 그대로 지워버린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작업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것. 그러니 ‘도저히 기억나지 않아!’라고 한탄해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 뇌는 이처럼 기억하는 기능보다 잊어버리는 기능이 훨씬 능숙하기 때문이다.

그럼, 어디 한번 단기 기억력을 테스트 해 보자. 다음은 무의미한 세 글자로 된 8개의 단어이다. 진지하게 한번 암기해 보자. 보기도 전에 머리에 쥐가 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제한 시간 3분.

짜꾸러 도시라 소라미 쿠따비 사로포 케미시 무구포 나티상

암기 능력에는 개인차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몇 시간 후에 다시 기억력을 테스트 해 보면 망각에는 개인차가 거의 없다. 잊어버리는 현상은 의식으로는 전혀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언젠가는 잊어버리게 된다. 위와 같은 단기 기억의 경우 네 시간 이내에 기억의 반은 없어진다고 하는데, 이는 1백여 년 전, 독일 실험심리학자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통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뇌에는 전기가 흐르고 있고 이 전기의 활동을 포착한 것을 뇌파라고 한다. 뇌의 상태에 따라 뇌파는 다른데, 잠에서 깬 상태에서 뇌가 활동하고 있을 때를 베타파, 어렴풋이 잠에서 깬 상태를 알파파, 꾸벅꾸벅 조는 상태를 세타파, 깊은 잠에 빠졌을 때를 델타파라고 한다. 네 종류의 뇌파 가운데 베타파가 가장 진폭이 좁으면서 빠르고, 델타파가 가장 진폭이 크고 느리다. 이 물결 모양으로 의식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물결이 평탄하면 뇌가 활동하지 않는다고 보아 뇌사로 판정한다. 

어떤 뇌파 상태일 때 기억력이 증진되는지를 알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이 있었다. 탤런트 지망생을 10명 씩 3개 그룹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방법으로 준비된 문제를 기억하도록 훈련시켰다. 첫 번째 그룹은 틀리면 고함을 지르며 면박을 주는 등 스파르타식으로 기억하게 했고, 두 번째 그룹은 탤런트 양성 과정에서 흔히 하는 몸짓을 포함한 연기지도식 이었다. 세 번째 그룹은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카드 게임을 시키기도 하면서 멤버들이 즐겁게 이완하는 알파파 훈련법을 시켰다. 알파 훈련 그룹은 모두들 떠들썩하게 웃어대며 즐겁게 문제를 기억해 나갔다.

훈련 후 바로 시험을 치루었다. 결과는? 첫 번째 스파르타식 훈련 그룹이 가장 점수가 좋았고, 꼴찌는 알파파 그룹이었다.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주일 뒤에 같은 멤버를 모아 기습적으로 시험을 치루었는데 결과는 전혀 달랐다. 최고 점수였던 스파르타식 그룹은 무려 20점이나 떨어진데 비해, 알파파 그룹은 4점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 실험 결과는 스파르타식으로 억지로 한 기억 훈련이 이완된 상태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했을 때와 비교해 장기 기억으로 잘 정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스파르타식 훈련의 기억 방법은 뇌파로 말하자면 베타파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알파파를 이용한 기억력은 단시간의 기억으로는 베타파에 뒤떨어지지만 장기 기억 정착률은 상당히 높다.

기억에는 의식뇌로 외우는 기억과 잠재뇌로 외우는 기억이 있다. 보고 들은 정보는 우선 후두엽이나 측두엽에 포착되어 의식에 남는다. 이것이 의식뇌에서의 기억이다. 측두엽 일부에는 기억 중추가 있으며 정착 기억으로 남기 위해서는 정보가 이 기억 중추로 보내져야 한다. 이것이 잠재뇌에서의 장기 기억이다. 뇌파가 알파파일 때는 의식과 잠재의식이 통합된 상태로 정보가 잠재뇌로 보내진다. 따라서 포착한 정보를 오래 기억하고 싶으면 뇌파를 알파파로 만들어 정보를 넣어 두어야 한다.
<글. 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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