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사람은 더 낙천적인가?

브레인 Vol. 36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관점을 잃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뇌과학적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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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장세는 하락세이고, 지구 온실효과는 사실로 드러났으며, 내가 응원하는 야구팀은 올 시즌 들어 한 게임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만사는 좋아질 것이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테니 저축을 하고, 지구 온난화 문제는 과학자들의 연구와 시민들의 실천으로 해결될 것이며, 내가 응원하는 팀은 조만간 슬럼프에서 벗어나 연승 행진을 이어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낙천주의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해 낙천적인 추측을 하는 건 미래에 대한 어리석은 오산이 될 수도 있다. 언제나 젊음이 계속되리라는 기분에 도취해 건강관리를 등한시하거나, 일단 쓰고 보자는 만용으로 퇴직 연금을 깨거나, 우산을 챙기라는 일기예보도 가볍게 넘길 수 있다.

어쨌든 이들이 다른 사람보다 특정한 상황에 대해 더 낙천적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대체 왜일까? 그런 사람들은 논리적인 정보에 근거해 원하는 결과가 나오리라는 믿음을 강화하는 것일까?

아니면 보다 내밀한 곳에서 우리가 모르는 메커니즘으로 인해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과학자들 역시 보통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질문을 던지며 지금도 실험실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들은 왜 다른 사람보다 낙천적인가? 그들은 판단을 내릴 때 어떠한 정보처리 과정을 거치는 걸까?

원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편집하는 두뇌 전략

여러 학습이론 가운데 우세한 이론이 하나 있다. 자신이 가졌던 생각이나 바람과 충돌을 일으키는 상반된 정보를 접하면, 그 상황에 맞춰 자신이 원래 가졌던 생각을 조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일반적으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인용되곤 한다.

그러나 내가 이 글에서 다루려고 하는 낙관주의자의 성향은 이와는 상반된 것이다. 그들은 자기가 가진 낙관주의에 반하는 정보라 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예를 들어 자신이 앓고 있는 질병에 대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위험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그들은 질병이 더 악화되지 않으리라는 낙관주의를 고수한다.

심지어 특정 분야의 전문가마저도 제한적인 낙관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주가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투자한 종목만큼은 고수익을 낼 거라고 철썩 같이 믿는 펀드매니저가 그런 예이다.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Nature Neuroscience> 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는 사람들이 미래에 일어날 법한 나쁜 일에 대해 얼마나 과소평가하는지에 대해 실험했다. 이 실험을 통해 ‘웰컴 트러스트센터’의 신경과학자인 탤리 새롯Tali Sharot은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위험에 처했을 때, 생각보다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녀는 또한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를 사용해 피실험자의 뇌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활성화되는지도 밝혀냈다.

피실험자들은 fMRI 영상을 촬영하는 동안,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들 가운데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어느 정도의 확률로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를테면 치매, 강도, 골절, 질병 등이 그것이다.

평가를 마친 후, 피실험자들은 그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런 다음 연구진들은 피실험자들에게 다시 처음에 했던 질문을 그대로 반복했다. 피험자들이 새로운 사실을 학습한 후에 자신의 믿음을 얼마나 바꾸는지 알아내려는 게 이 실험의 목적이었다.

실험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나타났다.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의 낙관적 희망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을 골라내 자신의 평가를 바꾸었다. 특히 부정적인 사건이 자신이 평가한 가능성보다 낮게 나타났을 때 자신의 믿음을 번복하는 경향이 강했다.

예를 들어 첫 번째로 질문지를 받았을 때 암에 걸릴 확률이 40%라고 답한 참가자들의 경우, 실제 암에 걸릴 확률이 30%라는 사실을 듣고 나자, 두 번째 질문지를 받았을 때는 암에 걸릴 확률이 31%라고 바꾸어 응답했다. 그와 반대로, 암에 걸릴 확률이 10%라고 대답한 참가자들은 실제 암에 걸릴 확률이 30%라는 사실을 들은 후에도, 두 번째 질문지를 받았을 때 사실적인 정보를 약간만 반영해 14%라고 답했다.


요약하자면, 긍정적인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여기는 피실험자들은 자신의 장밋빛 낙관론으로 정보를 취사선택해 기분이 좋은 방향으로 편집했다. 이들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낙관적 생각은 신경 시스템의 반영일까?


긍정적인 사람은 뇌의 영역 간 정보교류가 활발하다

 새롯 박사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이 정보를 습득할 때 낙관주의를 강화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보는 충실하게 뇌에 기록하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정보는 적당히 생략하거나 눙치고 넘어가버린다. 예를 들면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를 들으면 우리 뇌는 낙관적인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라고 판단해 뇌에 충실하게 기록한다.

하지만 그와 반대되는 실패담이라면? 뇌는 기록하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가려는 경향이 있다.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한다는 신문기사를 봤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혼의 당사자가 자신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린 연구에 이어, 신경과학자인 새롯과 엘리자베스 펠프스Elizabeth Phelps는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의 사건을 상상할 때와 이미 경험한 과거의 사건을 회상할 때를 비교하는 뇌 사진을 촬영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는 누구나 바라는 긍정적인 사건과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두려운 사건이 망라되었다. 예를 들면 복권 당첨이나 연인과의 데이트, 해고 통보, 비행기 추락, 이혼 등이 그것이다. 새롯과 펠프스는 이 실험에서 놀라운 결과를 발견했다. 모든 피험자들이 장차 생길 수 있는 미래의 사건을 연상할 때 주로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상상했으며, 부정적인 사건에 비해 즐거운 사건의 이미지가 훨씬 생생하고 강렬했다는 점이다. 

새롯과 펠프스는 이 연구를 통해 우리가 미래에 대해 그리는 긍정적인 사고가 대뇌피질하 영역과 전두엽 대뇌피질 간의 상호 소통의 결과로 일어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전두엽 대뇌피질은 뇌에서 가장 진화된 영역으로서 판단, 의사결정, 언어, 목표 설정 같은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의식 기능을 담당한다.

즉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는 감정 처리에 관여하는 피질하영역인 편도체와 감정 및 동기부여에 관여하는 전대상회피질 사이에 일어나는 정보교류의 결과인 것이다. 여기서 전측대상회피질은 교통 안내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 긍정적 감정이나 긍정적 연상활동의 신호가 잘 소통되도록 돕는다.

위의 실험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시사한다. 낙관적인 사람일수록 미래에 일어날 일을 상상하는 동안 대뇌피질하 영역과 전두엽 대뇌피질 간의 상호 소통이 활발하며 이들 두 영역의 연결성이 훨씬 강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새롯과 펠프스는 건강한 사람의 뇌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활발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반면에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그와 정반대였다. 중증 우울증은 물론이고 가벼운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라고 할지라도, 미래에 대한 일을 상상할 때 앞에서 언급한 두 영역 간의 상호작용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실제로 가벼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fMRI 촬영 영상은 이들의 뇌에서 편도체와 전측대상회피질의 활동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현실보다 더 나은 미래를 그리곤 하는 낙관주의자와는 다르게,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결국 문제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대뇌 활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가능한가

하지만 비관주의자의 냉정한 예측이 현실적으로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새롯 박사는 “가벼운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미래의 사건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한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그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 세상의 결점을 있는 그대로 볼 뿐 아니라 미래를 자신의 낙관주의에 맞추려는 성향까지도 파악한다”고 그들의 예측 능력과 관찰 능력을 높이 산다. 

 이와 비슷한 연구 사례가 또 있다. 한 연구에서 피험자들에게 인생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점수를 매기게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보다 현재에 더 많은 점수를 매겼고, 미래의 삶은 현재의 삶보다 더욱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향이 많았다.

특히  낙관주의자와 염세주의자의 경우에는 큰 차이를 보였다. 낙관주의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반면에, 염세주의자는 현재 상황이 나쁘기 때문에 미래는 더 좋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경향이 강했다.

진화과정에서 낙관주의가 선택되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나쁜 상황에 대비하는 게 가장 유리할 텐데 왜 우리 뇌는 앞으로도 만사형통일 것이라는 왜곡된 정보를 선택할까? 학자들은 낙관적인 기대가 생존확률을 높이기 때문에 진화과정에서 낙관주의가 선택됐다고 말한다. 생존 과정에서는 미래가 좋으리라고 예상하고 과감히 모험을 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겁에 질려 집을 떠나지 않으려고 한다면 어떻겠는가? 게다가 학자들은 낙관주의자가 스트레스를 덜 받고 덜 불안해하기 때문에 더 장수하며 건강을 영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삶에서 닥칠 수 있는 시련에 ‘비관적으로’ 대비하는 동시에,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긍정적인 태도를 지킬 수 있을까? 핵심은 균형을 찾는 것이다. 재난이 닥칠 가능성과 그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지레 포기하지 않도록 내면의 낙관주의를 끌어내야 한다. 낙관적이되 분수를 지켜라. 비가 그치기를 기대하면서도 우산을 준비하라.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글·로렌 밀리오레 Lauren Migliore | 번역·구승준 wcandy@empas.com
이 기사는 국제뇌교육협회(IBREA)가 발행하는 영문 계간지 <Brain World>와 기사 제휴를 통해 본지에 게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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