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남자의 뇌량차이

뇌 2003년 7월호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여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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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 기자 |입력 2010년 12월 22일 (수)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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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범죄가 일어났다. 경찰은 마침 현장을 기웃거리던 두 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 용의자 A는 이미 전과가 있고 범죄의 동기도 있는 데다 살해자와는 잘 아는 사이다. 용의자 B는 근처에 있기는 했지만 전과가 없고 아무런 범죄의 동기가 없다. 살해자와 안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범인일까? 물론 범인은 용의자 A일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 A를 기소할 수 없다. 용의자 A를 범인으로 단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물증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호에 나는 남녀의 뇌량 차이에 관한 논란을 지루하게 이야기 했다. 내가 보기에 이 문제는 마치 위에 적은 범죄 사건과 흡사하다. 용의자 A를 범인으로 단정할 결정적인 물증은 없다. 하지만 나는 A를 범인으로 추정한다. 즉 나는 뇌의 크기의 차이를 감안한 상대적인 뇌량의 크기, 혹은 팽대 부분의 크기를 비교할 때 여자가 남자에 비해 더 크다는 드리센과 라츠 교수의 의견을 지지한다. 결정적 물증은 없지만 여러 가지 심증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드 라코스테-우탐싱의 결과를 반박하는 비숍과 왈스텐 교수의 논조에 의하면 많은 다른 학자들은 남녀간 뇌량의 크기에 차이가 없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여자의 뇌량이 남자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는 논문들은 다수 존재하는데 반해 그 반대의 경우는 아예 없다는 점이다. 아마 남녀 차이를 밝히지 못한 결과들은 그 차이가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그러했을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미미한 차이를 조사하려면 매우 많은 수의 샘플이 조사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 연구를 수행하기는 어렵다.

둘째, 이들은 남녀에서 뇌량의 팽대 부분의 상대적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부정했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서 보면 이 주장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예컨대 위텔슨 Witelson 교수, 클라크 Clarke 교수, 그리고 스타인메츠 Steinmetz 교수 등의 논문에서는 남녀에서 뇌량 팽대의 크기 차이가 없다고 했으나 그 대신 협부(isthmus)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뇌량 협부란 뇌량 중 팽대 바로 앞에 있는 비교적 잘록한 부위이다. 팽대와 협부를 확연히 구분 짓기는 종종 어려우며, 어쨌든 둘 다 뇌량의 뒷부분에 해당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감안하면 여전히 뇌량의 뒷부분은 여자가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셋째, 뇌의 좌우를 연결해 주는 구조물은 뇌량뿐 만이 아니다. 뇌량과 아주 비슷한 구조물로 뇌량보다 더욱 앞쪽에서 좌우의 전두엽과 측두엽을 서로 연결해주는 구조물이 있는데, 이를 전교련(anterior commissure)이라고 부른다. 전교련은 뇌량에 비해 작으며 덜 복잡하게 생겨서 조사하기가 쉽다. 1991년 UCLA의 알렌 Allen 교수 팀은 남녀의 전교련 크기를 비교해 보았는데 여자의 것이 남자의 것보다 크다는 사실을 밝혔다. 즉 반드시 뇌량이 아니더라도 뇌의 좌우를 연결하는 조직이 여성에서 더 크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넷째, 여성은 남성에 비해 뇌의 좌우를 함께 사용한다는 여러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예일 대학의 세이비츠 Shaywitz 교수 팀은 기능적 MRI를 사용한 연구결과에서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들은 말을 하는 동안 양측 뇌를 모두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뇌의 좌우 연결이 여성에서 더 활발하며, 따라서 좌우 뇌를 연결하는 뇌량 역시 여성에서 더 클 것임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비숍과 왈스텐 교수는 기존의 논문에서 뇌량 크기의 남녀 차이는 통계적인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했다. 과학 논문에서는 물론 통계적인 의미가 중요하다. 하지만 뇌량의 크기 차이가 아주 미미하며 연구 대상자가 적을 경우에는 설령 실제로 그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통계적 의미를 만들어 내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내가 뇌졸중 환자에게 사용하는 수 십 가지 약 중에 객관적으로, 통계적으로 그 효과가 증명된 약은 거의 없다. 내가 객관적으로 증명이 안 된 약을 쓰고 있는 것을 안다면 누워 주사를 맞고 있던 환자가 벌떡 일어나 항의하겠지만, 나뿐만 아니라 뇌졸중을 전공하는 전 세계의 모든 의사들이 모두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이 약들이 분명히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임상의학은 과학보다는 예술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뇌량의 크기와 이를 통과하는 신경세포의 수는 비례한다

결국 이처럼 복잡한 난제는 다수결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 찬성하는 쪽이 과반수를 넘으면 결정하는 경우도 있고 2/3 를 넘어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남녀에서 뇌량의 차이가 있다는 논조는 2/3 의 찬성을 받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과반수 찬성은 분명히 넘는다. 그러나 여성이 남성보다 뇌량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다 하더라도 이 사실을 해석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드-라코스테-우탐싱과 홀로웨이, 위텔슨 교수 등은 뇌량의 크기가 크면 양쪽 뇌의 정보 교환이 더 많을 것이라 가정했지만, 마카크 원숭이를 연구한 결과 뇌량의 크기와 뇌량을 지나가는 신경세포의 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러나 1991년 아보이티즈 Aboitiz 교수 팀은 인간의 뇌에서는 뇌량의 크기와 이를 통과하는 신경세포의 숫자가 잘 일치하며, 양쪽 뇌의 비대칭성이 클수록 뇌량의 크기가 작다고 말했다. 그 후 파리대학의 도리언 Dorion 교수 팀도 MRI를 사용한 결과를 제시하며 이러한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즉 뇌량의 크기가 크면 양측 뇌의 정보 교환이 더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그런데 만일 남녀의 뇌량에 차이가 있다면 이것은 선천적인 것인가, 후천적인 것인가? 사실 남녀 뇌량에 차이가 있느냐 하는 것조차 논란이 많으니 학자들이 이를 제대로 알 리가 없다. 그런데 1996년 미국 국립보건원의 지드 Giedd 교수 팀은 재미있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들은 4세에서 18세 사이 정상인의 뇌량을 MRI를 사용하여 조사했는데, 남자의 뇌량이 여자보다 좀 천천히 발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여자는 1년에 13.1 입방센티, 남자는 11.1 입방센티씩 자란다). 그리고 뇌량의 앞부분은 4살 이후 거의 자라지 않는데 반해 뇌량의 뒷부분은 앞부분에 비해 훨씬 더 오랫동안 자라난다. 이런 결과를 보고 생각하면, 여자의 뇌량 뒷부분이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커지는 현상의 적어도 일부는 생후의 변화에 의한 것 같다.

글│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과장. 울산의대 교수. 2000년 신경과 베스트닥터로 선정된 이후 2002년, 2003년 연속 뇌혈관질환 부문의 베스트닥터 1위로 뽑혔다. 저서로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 <뇌졸중의 모든 것>, <신경학교과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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