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유혹에서 달콤한 인생으로, 인슐린 호르몬

브레인 Vol.11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작은 힘, 호르몬 시리즈 10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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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은 밥 한 술 뜰 때도 생각날 만큼 유명하다. 인슐린의 유명세는 호르몬 덕에 얻은 명성이라기보다 이름 뒤에 붙은 ‘주사’라는 꼬리표의 몫이 크다. 하지만 인슐린은 주사이기 전에 호르몬이었고, 지금도 호르몬이다. 혈당을 조절해주어 당뇨엔 피 같은 존재인 호르몬, 인슐린. 사람이나 인슐린이나 주사로 만나는 일은 피차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인슐린에게 호르몬으로 통성명하고 깊은 대화를 나눠보자.

포도당 대포차의 직격탄을 이겨낸 혈액이네 이야기


지난 주말 저녁이었어요. 혈액인 저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심장의 쿵쿵거리는 소리의 문자를 받고, 로부터 전화 업무를 받으며 영양소와 산소를 열심히 몸속 구석구석으로 나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느닷없이 설탕 컨테이너 박스와 포도당 대포차들이 밑도 끝도 없이 밀어닥쳤어요. 그러고는 저에게 포도당 대포를 마구 뿌려대는 거예요. 포도당 대포 세례를 맞은 저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어요.

다행히 간뇌가 다량의 포도당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제 사정을 알고는 자율신경을 통해 미자 씨, 아니 이자(췌장) 씨에게 연락을 한 거예요. 간뇌와는 뇌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알게 됐는데요, 눈치 빠른 간뇌는 제게 힘든 일이 있으면 직접 오지는 못해도 멀리서나마 간접적으로 도와주곤 했죠.

간뇌에게 연락을 받은 이자 씨는 간세포에게 편지를 써 인슐린에게 들려 보냈어요. ‘혈액이 포도당 세례를 맞고 있으니 넘쳐나는 포도당을 묶어서 호송해 가주세요’라는 내용의 편지였죠. 인슐린은 이자 씨네 아이인데, 참 똑똑한 아이예요. 간세포의 문지기인 인슐린 수용체에게 편지를 전해주고는 수령증까지 받아왔다지 뭐예요.

그렇게 해서 간세포가 포도당을 다발로 묶어 저장해주고, 조직세포들이 하나둘 포도당을 가져가줘 저는 간신히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일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고요. 간뇌가 제 어려움을 감지해준 것도 고마운 일이지만 무엇보다 그 힘든 길을 헤쳐 편지를 전해준 이자 씨네 아이, 인슐린이 어찌나 기특하고 고마운지 몰라요.

인슐린, 혈액의 중심에서 포도당 조절을 외치다

이자의 랑게르한스섬(Langerhans’ islet)에서 만드는 단백질계 호르몬인 인슐린insulin과 글루카곤glucagon은 간뇌의 신호를 받아 체내의 혈액 속에 들어 있는 포도당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호르몬들이다. 글루카곤은 혈당량이 낮을 때 랑게르한스섬의 알파 세포(α-cell)에서 분비되어 혈당량을 높여준다. 반면 베타 세포(β-cell)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은 혈당량이 높을 때 혈당 수준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이 혈당량을 낮추는 방법은 2가지인데, 먼저 간세포에 단당류인 포도당을 다당류인 글리코겐으로 저장한다는 것. 그리고 혈액 내의 포도당을 세포로 이동시켜 포도당의 산화를 촉진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인슐린이 열심히 혈당량을 조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밥이나 빵 등 탄수화물이 함유된 음식을 먹으면 이는 단당류인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소장에서 흡수된다. 소장에서 흡수된 포도당은 다시 혈액을 거쳐 이동하기 때문에 밥을 먹으면 혈액 속의 포도당, 즉 혈당이 증가한다.

혈당량이 너무 증가하면 우리 몸에는 많은 부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음식을 먹은 후 증가한 포도당은 인슐린에 의해 간에 저장되거나 세포로 보내져 조절된다. 간에 저장된 포도당은 몸에서 포도당이 부족하면 다시 꺼내어 사용된다.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인슐린의 역할이지만, 장차 사용할 포도당을 저장하는 것이 목적이기도 하다. 만약 인슐린이 없다면 우리는 세포가 사용할 포도당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쉬지 않고 먹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뇌에서도 맹활약하는 인슐린


인슐린이 정도를 넘지 않는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데도 왜 당뇨병은 인슐린을 쫓아다니는 걸까? 혈당지수(glycemic index)는 음식물이 혈액에서 얼마나 빨리 포도당으로 전환되는지를 말한다.

먹자마자 거의 즉시 포도당으로 바뀌는 단당류(설탕)나 감자와 쌀, 밀가루 같은 단순 탄수화물은 혈당지수가 높다.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혈당 수치를 급격히 올리고, 이자는 높은 혈당 수치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대량으로 내보낸다.

인슐린이 대량 분비되어 혈당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우리는 다시 혈당지수가 높은 탄수화물을 더 많이 찾게 되는데, 이 악순환의 반복이 혈당 관리 시스템에 혼선을 가져온다. 그 결과 혈액에 있는 당이 세포나 간으로 가지 못하고 소변으로 바로 빠져 나가는 당뇨병 등이 유발된다.

인슐린은 혈당의 조절뿐만 아니라 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슐린이 시냅스에 있는 인슐린 수용체에 결합하면 신경세포의 생존에 필요한 시스템이 작동하여 기억을 형성한다. 최근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인슐린과 인슐린 수용체의 수준이 낮다는 사실을 밝힌 선행 연구에서 더 나아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인슐린 신호가 정지되는 원인을 발견했다.

ADDL(amyloid ß-derived diffusible ligand)이라는 독성 단백질이 신경세포의 인슐린 수용체를 제거하여 인슐린 저항성을 만들고 ‘제3의 당뇨병’을 일으킨다고 한다.

인슐린은 혈액 내 당이 과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이 너무 욕심을 부리지도 않고 또 너무 무기력하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이 호르몬이다.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고 달콤한 인생으로 가기 위해, 내 속의 욕심을 줄여주는 마음의 인슐린을 먼저 불러보자.  
   

글·박영선 pysun@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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